∆W


Korean English

근원- 소리- 기억, 김은희.   Primal Sound and Memory, Eunhee Kim.
델타 더블유, 예뻬 우겔비그.  delta w, Jeppe Ugelvig.
    

전자음악 작곡가인 정진희(jiiiiin)와 조태복(GRAYCODE)이 진행 중인 공동 작업 그레이코드, 지인(GRAYCODE, jiiiiin)은 소리의 물질성을 깊게 파고드는 여정을 보여준다. 음악적, 진동적, 데이터 로직 영역에 걸친 이들의 작업은 인간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소리와 진동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나타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세련된 방식으로 사운드를 합성, 처리,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그레이코드, 지인은 “보이지 않는 것의 목격자”가 되려 노력하며 데이터 문화와 지구 온난화 시대에서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돌아볼 것을 촉구한다.

송은에서 열린 그레이코드, 지인의 야심찬 신작 전시의 제목은 <Δw>이다. 그리스 문자로 “델타(delta)”를 나타내는 “Δ”은 물리학에서 변수의 변화량을 나타내는 기호로 흔히 쓰이며, “Δw”은 파동의 변화량을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제주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서귀포 해안 절벽 인근의 특정 장소에서 진행한 면밀한 현장 조사의 결과를 제시한다. 그레이코드, 지인은 현장에서 다양한 장치를 사용하여 바다 표면과 바다 속 진동의 변화량을 파도의 부서짐, 바위의 떨림, 풍속, 해수면 높이 등으로 측정해 기록함으로써 정교한 데이터 집합을 축적했다. 작가들은 며칠에 걸쳐 자연 환경의 세세한 물리적 변화를 남김없이 기록한 44,100개의 아름다운 데이터 집합을 수집했다. 두 아티스트의 표현을 따르면, 이러한 “원시 상태 및 실재”는 자연 그 자체인 복합체를 구성하는데, 그 개념은 인간이 오로지 그 상징적 전체성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들은 조각품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음고를 물리적 진동으로 변환할 수 있는 송은에 설치된 고성능 스피커들을 통해 그들이 발견이 갤러리에 울려 퍼지게 한다. 송은 지하 공간의 독특한 건축 구조로 인해, 고대의 그릇 모양 피리인 오카리나와 비슷하게 음향적으로 반사적이며 반향적인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서귀포에서 가져온 데이터는 음악적이 될 뿐 아니라, 뚜렷한 건축적 특성과 소리가 반향되는 콘크리트 표면을 풍부하게 갖춘 또 다른 환경에서 새롭게 재탄생한다. 데이터 수음이 이루어진 순간과 현재 발생하는 순간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지며, 이는 관객이 갤러리 공간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다른 성질을 가질 것이다. 그레이코드, 지인의 개념적으로 고고하며 기술적으로 아방가르드한 추구는 이들 작품이 실제로 내는 소리의 강렬하고 본능적인 성질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깊은 베이스의 허밍, 날카로운 타악적 리듬, 높은 음의 황홀한 울림은 의식을 몽롱하게 만드는 전자 음악인 트랜스 음악에서와 같은 강렬한 황홀경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며, 그 황홀경 속에서 관객들은 자연에 대한 정보의 추상성을 관조하거나 그 안에 완전히 젖어들 수 있다.

그레이코드, 지인이 직접 설계한 매우 특이한 합성 장치는 과학적 관행이라는 관점에서 부족한 점을 철학적 야망으로 보충한다. 현재 이 순간의 시공간적 덧없음이 어떻게 기록되고, 재구성되고, 데이터로 보존되어 다른 장소에서, 다른 현재에서 재창조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오랜 세월에 걸친 철학적 토론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마르틴 하이데거는 “현존재(Dasein)”라는 개념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는 것”의 특정한 성질들을 더 잘 이해하려는 비슷한 시도를 했다. 작가들은 세심한 데이터 수집과 처리를 통해 새로운 물질적 방식, 즉, 어쩌면 시간 그 자체를 포함한 모든 것이 재구성되고, 합성되고, 확장되고, 저장될 수 있는 물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반한 자연의 완전한 미디어화를 통해 이러한 난제를 다룬다. 이러한 이해는 자연, 환경, 기후가 점점 더 과학적 용어를 통해서만 접근되고, 탄소 주기 속에서 수량화 가능한 기능으로만 가치가 매겨지는 기후 변화의 시기에 더욱 시급하다. 

글. 예뻬 우겔비그(Jeppe Ugelvig)